신혼여행을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동생과 마틴과 수원성을 돌게 되었다.
일곱시가 넘은 느즈막한 시간에, 그야말로 달밤의 체조-_-
마틴과는 두번째 만남이었지만 실제로의 첫대면! 이었던게지.
북문언저리에서 시작한 이 탐험은,
너무 늦은 시간인관계로 information center가 문을 닫아버려서
간단한 지도와 안내도 없이 시작해버렸다.
북문에서 지도를 사진으로 남기고, 동문쪽으로 돌아서 남문으로 내려오기로 했다.
동생의 강-_-요로 시작한 기념 촬영.
그래도 시작엔 제법 밝았다.
문제는 그 이후에 시작되었지만..
이곳은 나도 처음 와보는 곳이었는데, 예전에 동생은 Y양과 방문한적이 있었단다;
꽤 호젓한 공원같았다. 규모는 작았지만 ^^ 마음이 편해지는곳이었다.
가끔 비가 내려 우산을 켰다 껐다가 했다. 이 변덕스러운 날씨!
하지만 마틴과 지루박씨가 하나의 우산을 나란히 쓰고 가던것도 빙그레 웃음나던 기억이다.
한참을 걷다보니 어둑어둑 해지면서 조명들이 켜지기 시작했다.
환할때보다 제법 운치있어보이는 풍경.
(아 최근에 찍고싶은 장소가 있었는데.. 잘 가게되지질않네; )
이런풍경을 찍으면 옆으로 넓게 찍히는 카메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된다.
밤에 수원의 성곽어딘가를 거닐어본것은 겨우 두번째였지만
뭐어 이곳에 살고있을때만이라도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곳을 내려올때만 하더라도, 다음번엔 같이 팔달산을 올라가보자! 라고 약속했던것 같은데,
마틴과 지루박씨와 함께가기는 너무 힘들것 같다.
(7일이 출국일이라고!!)
남문으로 내려온 우리는, 이런저런 골목으로 들어가 저녁거리 헌팅을 시작했다.
아무거리낌없이 집안을 뒤지듯 골목을 뒤지는 우리를 보고 마틴은 궁금해했다.
'어떻게 길을 찾아? 내가 어디있다는걸 어떻게 알지?'
아. 그랬다. 마틴의 고향이라면 길이름같은게 너무 잘 되어있고
구획도 잘 나뉘어있었으니까, 전혀 어렵지 않게 길을 찾지만..;
수원뒷골목은 그게 아니었지. 그렇게 묻는게 무리도 아니야.
그렇지만, 어떻게 그런곳에서 길을 찾느냐라고 물어버리면,
한국말로 물어와도 대답할수가 없어.
그때 지루박씨 '나도 몰라. 그냥 걷고있는거야'
그래, 그런게 정답일지도. 그냥 본능적으로 걷고있는거잖아.
그냥 이 길을 알고있는것 뿐이라고.
우리의 저녁은 이런것이었다.
닭. 갈. 비.
그리고 우리는 두 종류의 술을 마셨지.
소주와 산사춘.
지루박씨 없이 마틴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조금, 그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서,
쪼개어지지않는 시간에 대해 생각하면서.
컴퓨터를 뒤적여 추억하나를 꺼내보았다.
지루박 없는 수원은, 김빠진 맥주같아져버리게되지나않을까.
오늘도 밤새워 술독에 빠져있을 지루박씨. /애도.
행복하냐?
아니, 후회는 하지 않냐?따라가주마!! 라고 언젠가의 나는 이야기했었을텐데.
지금은 할 수 없는 이야기.
지구가 움직이는 것 만큼 서서히 우리가 느끼지못하는 사이에 무언가가 조금씩 변하고있다.
그렇지만 아직은 기대해봐도 좋은때일것 같아.
아직은 젊고,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해도 괜찮을때니까.
등 뒤엔 아직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잖니.
괜찮아. 잘 해낼수 있을거야.
이것이 지금 내가 해 줄 수 있는 이야기